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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를 자처해왔다. 한때 존 F.케네디가 "모든 미국인은 이민자 또는 그 후손이다"라고 말했듯이, 미국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를 국가 기틀의 근간으로 삼고, 자국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도널드 트럼프도 이민자의 후손이고, 일론 머스크 또한 이민자의 후손이다. '이민자의 나라'는 단순히 이민자 수가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특징짓는 국가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민 문제'는 경제, 민주주의, 낙태와 함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정식 자격 없이 미국에 체류하는 비정규 이민자를 둘러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논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공화당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을 대표했던 카말라 해리스 후보에게 던져진 질문은 선거에서의 정책 논쟁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 남을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다.
미국에는 2022년 추산으로 1100만 명의 비정규 이민자가 살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약 3.3%, 노동자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다. 농업, 식품산업, 식당, 청소, 가사노동을 의미하는 도시 서비스업을 비롯해 비정규 이주민의 노동력이 필수인 산업은 적지 않다. 많은 불법체류자들은 이미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며 미국 시민권자나 정규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직업을 갖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자녀들은 학교에 다니고, 소비자와 납세자로서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잇다. 많은 사람들은 불안정한 법적 지위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에 머물러 있고, 건강 보험에 가입할 수 없으며, 일상적으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2010년대 이후에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치적 불안과 치안 문제를 겪고 있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의 중미 3국, 아이티, 남미의 베네수엘라 등에서 망명을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을 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따라서 오늘날 국경 지역에서의 이민 문제는 인도적 보호와 인권 보장을을 둘러싼 '난민 문제'의 양상도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법규의 틀을 넘어 입국과 체류하려는 사람들의 존재는 단순한 이민자 문제 뿐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민정책을 규정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시장 원리에 따른 노동력 이동, 둘째, 보편적 인권의 옹호, 셋째, 국경과 이동의 관리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은 항상 긴장 관계에 처해 있으며, 그 긴장 관계는 종종 심각한 모순에 빠진다. 예를 들어, 2010년대 후반 시리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대규모 난민을 마주한 유럽 국가들은 인도적 권리 옹호와 국경 관리의 양립이 어려운 '난민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미국 경제에 노동력으로 편입된 비정규직 이민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존중할 것인가, 아니면 강제 추방과 국경 통제를 우선시 할 것인가. 미국은 여태 민주당의 모호한 자세로 인해 인간의 기본인 두 가지 성별마저 잊고 살았다. 이러한 불안감을 배경으로 2016년 대선에서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불법 이민자를 쓸어버리겠다'고 주장한 트럼프가 승리했다. 이민 문제는 코로나 대책으로 인한 입국 규제가 이어진 2020년 선거에서는 유선순위가 낮았으나, 2024년에는 다시 중요한 쟁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투표할 때 '이민'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던 전체 유권자의 11% 중에서 90%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해리스의 지지자들은 이민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경제를 우선, '이민자'를 '다음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위협을 자극하는 트럼프의 전략이 일정한 효과를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미국 사람들의 '이민자'와 '난민'을 구분하는 시선이 확실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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