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대이민-대난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 IOM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이주민은 약 2억 8100만 명, 고향을 떠난 사람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역대 최다인 약 1억 1700만 명에 달한다. 많은 사람들이 먼저 이웃 나라로 건너가지만, 이후 안전하고 풍요로운 선진국으로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긴 여정을 계속한다. 38개국이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회원국 사이 이민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약 650만 명, 난민 신청도 30% 증가한 약 270만 명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다 목적지는 유럽과 미국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제 유럽과 미국의 선거에서 이민, 난민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 정도다. 허나, 대중을 선동하는 차별과 SNS에서 떠도는 허위, 왜곡된 정보가 맞물려, 현장과 논쟁이 괴리를 이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단 미국-멕시코 변경을 나누는 기나긴 '장벽'이 그 불만의 상징이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수많은 쟁점 중 하나였던 이민 문제를 한가운데로 끌어올린 이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다. 고용, 치안, 마약 등 모든 문제를 비정규 이민과 연결개 '장벽을 세워야 한다!'라는 단순 명쾌한 메시지를 던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렇게 태평양에서 멕시코만까지 미국-멕시코 국경 3200키로에는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장벽은 이미 1100키로에 걸쳐 세워져 있다. 국경의 절반을 차지하는 강과 사막 등 오지를 빼면, 냉전 붕괴 직후부터 장벽은 지금까지 건설을 이어가고 있다. 난민들은 멕시코를 횡단하는 과정에서 납치, 강도, 성폭력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이 무리를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침략'으로 규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하지만 강경함으로 일관하던 밀입국 정책이 위기 상황을 맞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직후였다. 이민에 관대한 입장으로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미 뿐만 아니라, 북미와 남미를 잇는 밀림을 통해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다른 대륙에서도 난민 행렬은 증가세를 보였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가 트럼프였다. 재방송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강경책이 이미 다시 시작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때로는 대륙을 넘어 밀림과 사막, 강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 거기에는 빈곤 격차, 분쟁과 폭력 등 세계의 숙제가 투영되고 있다. 시리아 등에서 100만 명 이상 몰려든 지난 15년, 난민 위기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유럽도 이민-난민 문제로 계속 흔들리고 있다. 유럽의 이민 주 무대는 바다였다. 뉴스를 통해 지중해 수색구조선이 해상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16개국 출신의 난민을 구조했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온다. 분쟁이 계속되는 수단에서 탈출한 청년, 무기한 징집에서 탈출한 에리트리아 청년, 가족에게 돈을 보내려는 방글라데시 청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허름한 목선이나 고무보트에 몸을 맡겨 해마다 2000~3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떠나는 어머니의 모습에 지원의 손길이 쇄도했고, 자원봉사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분주했다. 피난민들이 도착하는 폴란드 국경에는 지원 텐트가 즐비했고,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인형과 사탕이 준비될 정도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에너지와 식품 가격은 폭등했다. 유럽도 피로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쟁 발발 1년 뒤 자원봉사자나 모금은 줄었고, 독일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과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반복되고 있었다. 전쟁 발발 2년 뒤에는 우크라이나산 값싼 농산물 유입을 반대하는 폴란드 농민들이 도로를 봉쇄해 화물열차를 막고 있었다.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밀려드는 이주민도 현재 진행형이다. 영국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난민 신청자를 다른 나라로 이송하고 있었다. '인권 존중'이라는 유럽의 명분은 몰려드는 난민 홍수 속에 온데간데없다. 다양한 형태로 이동하는 이민자, 난민의 흐름은 현재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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