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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시장을 본 적이 있나요? " 한 북한인이 자랑스럽게 나한테 물었다. 그가 말하는 것은 평양 최대의 무역 시장인 "통일시장"이다. 면적이 축구장 하나 크기다. 외국인들이 평양에서 "자유롭게"드나들 수 있는 거래 장터다. 나는 웃으며 말하지 않았다. 채소시장을 한번 둘러보면 북한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제철에 나온 야채, 계란말이, 붕어빵, 통일된 유니폼, 한 명이 지키는 쌀가게. 김 씨 한테서 3000원짜리 사과를 고르는데 박 씨가 200원 싸게 준단다. 중국 위안화는 800~900원의 북한 돈을 바꿀 수 있지만 달러는 신기했다. 정부 당국의 환율로 1달러는 북한 돈 100원을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5000원을 받을 수 있다. 부모님은 여름휴가를 오시며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북한의 식당을 찾아 시민들의 생활을 체험해 보려 했다. 아빠는 가장 큰 통일 시장을 보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무역 시장은 일반적으로 저녁 무렵에 문을 열었다.
오후 5시, 입구에 있는 상인은 손으로 부채를 들고 연신 흔들며 신선한 과일 바구니와 계란을 살폈다.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다. 문이 열렸다. 상인들이 몰려들어 자신의 노점을 찾기 전에 창고에서 물건부터 꺼냈다. 평양 시민들의 평소 시장이다. "아가씨, 신선한 물고기를 찾으시우?" 연신 싸구려 소리가 들려왔지만 "전설의 맛"이라는 야생 자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판매원에게 물었다. "자라 있습니까?" 서로 도와주는 아주머니 몇 명 중 한 명이 재빨리 휴대전화를 꺼냈다. "빨리빨리, 자라 몇 마리만 가져 오라." 옆에 분은 내게 "몇 마리 드릴까요? 큰 놈은 15만, 작은놈은 10만, 잠시 둘러 보라요, 10분이면 도착할 터이니."나는 아빠를 모시고 나와 농산물 시장 겸 백화점인 종합시장을 더 돌아보기로 했다. 2층 높이의 밀집된 공간에는 의류, 가구, 가전제품과 일용품이 있었다. 뉴스에서 말하는 상황과는 달리 거의 돈만 있으면 모든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상인들은 손에 계산기를 때리고 흥정을 한다. 떠들썩한 시장에서 외국인은 한눈에 띄었다. 그중 몇몇 영사관 친구들의 얼굴도 보였다. 장 보러 나온 모양이다. 금방 노점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아까 불렀던 자라는 소식이 없다. 또 다른 아주머니가 우리 쪽으로 손짓했다. 다가가 보니 큰 자루 하나 건네며 고르라고 했다. 자루 안에는 크고 작은 자라들이 고개를 비틀며 아수라장이다. 결국 20만 원에 두 마리 낙찰. "조선 돈이 없어서 달러로 환전해야 하네요." 환전이라는 말 한마디에 아주머니는 자라 두 마리를 손에 들고 신나게 나를 끌었다. 곧바로 시장 밖에 따라 나갔더니 2층에 환전소가 있다고 알려줬다. "바로 위층에 있어요." 아주머니는 발걸음을 멈췄다. 내가 들은 바로는 이곳에서 외국인은 환전할 수가 없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환전 창구 종업원은 허리 굽혀 나를 보더니 "외국인은 못 바꿔 드립니다."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안 되네요. 여기는 외국인에게 환전 안 해준답니다." 서둘러 나에게 자라를 넘기려 던 아주머니의 손은 아쉬움과 함께 움츠러들었다. "달러는 안 될까요?" 나는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돼!" 아주머니는 단호히 손을 흔들며 돌아 섰다.달러도 돈인데 왜 안 될까. 외국인이 드나들 수 있는 광복 백화점에도 외화 교환 창구가 있다. 달러든 위안화든, 북한 돈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통일시장은 안 된다. 도리를 설명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북한은 도리를 설명하지 않는다. 아주머니께 부탁하고 싶었다. 사실 현지의 장 보러 나온 시민에게 부탁만 했어도 환전이 가능했건만, 아주머니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아빠와 나는 다시 생선가게로 돌아왔다. 인파 속에서 몇몇 영사관 친구를 찾아 남은 달러를 바꿨다. 결국 19만 원에 자라 두 마리를 샀다. (oldpaper 20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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