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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사

모스크바 테러, IS는 왜 러시아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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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교외 콘서트홀에서 발생한 테러를 주도한 조직 IS-K는 누구인가. 왜 러시아가 표적이 되었을까. 역사를 돌아보면 그 기본적인 맥락이 보일 지 정리해 본다. 그동안 러시아 국내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종종 발생해왔다. 러시아군은 남부 체첸에서 1990년대부터 이슬람 세력의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실시했고, 2014년 IS가 건국을 선언한 이후 동맹국인 시리아에서 공습을 벌여왔다. 이러한 배경에서 발생한 이전 사건과 비교해도 이번, 모스크바 테러는 2004년 베슬란 학교에서 발생한 334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 이후 가장 처절한 사례에 속한다. 모스크바 테러 발생 이후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책임자를 반드시 찾아내어 무자비하게 처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간인이 다수 희생된 이번 사건에 대해 대립 관계가 있는 서방 각국 정부도 애도의 뜻을 표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사건에 대한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모스크바 테러 직후 IS가 범행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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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러시아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발생하면 "푸틴 정권의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종종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고위 관계자도 "IS의 성명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으며, 미국 정부가 사전에 러시아 정부에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IS-K는 이란 동부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일명 "호라산" 지역에 이슬람 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2015년 IS의 분리파로 출범한 IS-K는 그동안 러시아를 자주 테러의 표적으로 삼아왔으며, 지난 9월에는 카불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에서 자폭테러를 일으킨 적도 있다. 그래도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은 거의 없었다. IS-K는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을 거점으로 삼아왔다. 2001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의 주요 전장이었고, 그 중에서도 IS-K는 특히 흉포한 조직으로 악명을 날리며 세력을 확장했다. "국경 진출"의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대신 탈레반이 실권을 잡으면서다.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직인 탈레반은 체첸인, 파키스탄인, 사우디인 등 외국인이 많은 IS-K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일례로 2021년 8월 카불 국제공항에서 IS-K에 의한 폭탄테러가 발생해 11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에서는 탈레반과 협의해 철수를 추진하던 미군 관계자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탈레반은 정권 획득 후 IS와 알카에다 계열에 대한 탄압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에서 IS-K의 활동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IS-K의 숨통 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IS-K는 주변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IS-K가 필요한 자금과 무기를 조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돈줄"을 볼 때 IS-K의 주 자금원은 마약 거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아프가니스탄의 가난한 농민들이 재배하던 양귀비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 중동, 유럽으로 유통되는데, 많은 범죄조직이 여기에 관여하고 있다. 이 중 유럽에는 해마다 1억 유로 상당의 마약이 유입되고 있다. 그 거래 거점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에서 무경계 상태가 지속될수록 마약 거래는 가속화되고 있었으며, 이는 IS-K의 "비즈니스"가 더 쉽게 진행되도록 "일조"한 셈이다. 마약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주변 지역으로 무기 밀매는 금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중앙아시아에서 무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유통될 수 있었던 환경은 다른 테러 조직과 마찬가지로 IS-K의 활동을 더욱 창궐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IS-K는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활동 무대를 넓혀갔다. 국경을 넘은 이후 IS-K가 일으킨 가장 큰 테러는 이란 케르만에서 폭탄테러로 9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 때도 미국은 사전에 적대국인 이란을 향해 경고를 했다. 물론 이란 당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외 인도, 파키스탄 등도 IS-K의 공격 대상에 포함되어 있으며, 활동 범위도 확장되는 추세이다. 이를 미국 크렘슨대학 아미라 자둔 부교수는 "IS-K의 국제화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활동 영역을 과감히 넓혀 각 지역에서 지지자, 공작원을 모집해 세력 확장을 꾀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 보고서에 따르면 IS-K 조직원은 6000명 정도라고 한다. 거기에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와 실업, 빈곤 등 사회 요인의 작용으로 현실에 불만을 품은 계층은 IS-K 세력에 쉽게 가담했다 . 이번 테러 역시 향후 러시아에서부터 남아시아에 이르는 일대에서 테러가 증가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IS-K는 그동안 체첸, 중앙아시아 등 러시아에 반감을 가진 무슬림이 많은 지역에서 인원을 모집하기 위해 종종 러시아를 향해 "이슬람 탄압의 중심"이라고 비난만 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주변국에 원한을 가진 세력들을 모으기 쉬워지고, 또 다른 테러 사건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oldpaper 202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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